문제정의

장애 아동들은 자유롭게 놀이하고 있을까? by 플레이31
장애 놀이 100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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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부터의 소외? 조금은 낯선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흔히 가정 형편으로 인해 놀잇감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아이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그것 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장애유무와 무관하게 충분히 놀이할 수 있는 놀잇감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플레이31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 아동의 특성에 맞는 놀잇감이나 놀이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장애아동의 '놀 권리'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문제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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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Background & Emotional
1.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스웨덴에서 어린이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중요하게 사용했던 단어가 놀이의 신호(Play Signal)였습니다. 놀이의 신호는 아이들에게 놀이의 영감을 주고, 움직이고, 반응하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유행하는 장난감과 놀이터가 없어도 충분히 자유롭고 유연하게, 창조적으로 놀 줄 아는 스웨덴 어린이들을 보면서 한국의 아이들이 누리는 보편적 ‘놀이의 질’(quality of play)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놀이터와 장난감을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결국 내재된 놀이의 신호 이면에는 ‘여기에서만(안전하게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말고) 놀아, 왜냐하면 도시공간 중 이곳만 너희들에게 내어줄 수 있기 때문이야’라는 식의 어른 중심의 사회적 사고와 ‘이 장난감이랑만 놀아. 곧 신제품이 나오니까 또 사서 모으렴!’과 같은 상업적 이해관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정말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상업적이고 획일적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만 하는지, ‘과연 대형마트의 선반을 꽉 채우고 있는 장난감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의 신호를 보낼까? 소비가 곧 놀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진 않을까?’와 같은 의문들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또, 중증 발달장애아동 교사로 5년간 봉사를 해오면서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대안은 더욱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발달장애 아이들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마땅한 선물을 고르느라 무척 애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비장애 아동들처럼 유행하는 장난감이나 창작 키트 같은 선물을 사줄 수 없었습니다. 각기 다른 인지능력과 장애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에게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획일적인 ‘장난감’이란, 놀이의 도구가 아닌 관심 밖의 사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장난감과 놀이터를 외면하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은 놀이가 필요 없을까? 이 아이들은 어떤 놀이의 신호를 받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왜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나요?

1) 다양성을 포용하는 놀이의 필요성

 

 아동문화 연구 센터의 일바 에그런(Ylva Ågren)에 따르면, 사회학적 관점에서 아동기(childhood)는 계층, 성별, 민족성, 지역성, 신체능력과 같은 요인들과 결코 분리되어 형성될 수 없기에, 하나의 보편적인 아동기(one universal childhood)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1]  우리 주변에는 “보편적” 기준이라 불리는 아동기가 존재하지만, 그마저 강남과 강북, 도시와 지방, 한부모, 차상위 계층 등으로 나뉘고, 그 너머의 영역에 탈북 아동, 난민 아동, 환아, 장애아동, 다문화권 아동 등 소외된 아동기가 존재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 다울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다움의 강한 특징인 미성숙함을 어린이 다울 권리로 포용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미성숙함은 놀이를 통한 배움과 발달로 의미 있게 채워지지만 “보편적” 아동기에만 집중되어 있는 놀이 선택권은 소외된 아동기를 놀이 빈곤층으로 만들게 됩니다. 방금 식사를 마친 사람과 3일 굶은 사람에게 똑같이 빵과 우유를 나누어 주는 게 평등과 공평일까요? 놀이는 어린이의 발달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에, 아동의 상황에 맞게 필요를 충족시켜주어 동등한 선에서 출발하도록 돕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2) 증가하는 발달 장애 아동

 

 교육부의 ‘2018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초·중· 고교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학생은 처음으로 7만 명을 넘긴 7만 1253명에 달합니다. 2014년에는 6만 6363명, 2015년에는 6만 7374년, 2016년에는 6만 7731명, 2017년에는 6만 952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2] 그러나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장난감이나 놀이 시설들은 대부분 비장애 아동에 맞춰져 있으며 장애아동의 특수성을 반영한 놀이 서비스는 미비합니다.

3) 놀이 선택 빈곤층

 

 동네 놀이터나 키즈 카페, 놀이방 같은 놀이 편의 서비스가 비장애 아동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님은 치료실과 복지관만 전전해야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의 놀이 코드는 비장애 아동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비장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코드가 자폐성 장애아동에게는 위험신호로 느껴질 수 있고 이는 현장에서 장애 아이들의 이상행동으로 표출됩니다. 때문에 장애 아동은 기존의 놀이 편의시설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없으며 그 보호자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됩니다.

 

 현재 그나마 유니버설 놀이터라고 불리는 놀이터 조차, 장애 아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 아동 위주의 놀이시설을 세팅한 후 진입로만 넓고 완만하게 만든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그곳의 기구가 장애 아동에게 더 이상 놀이 신호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유니버설 놀이터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장애 아동이 편하게 놀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유니버설 놀이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려견을 위한 놀이터가 서울에 4곳, 전국에 14곳이 조성되었지만, 발달장애, 신체장애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의 놀이 능력과 기호성을 반영한 놀이시설은 아직 0곳입니다.

 

 스웨덴과 같은 복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유니버설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제도적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적은 비용으로 장애아동의 필요에 맞는 놀이공간을 연구하고 조성하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장애아동 특성에 적합하게 제작된 놀이기구 설치를 지원하는 법안이 여전히 국회 계류 중에 있습니다. 또한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기구는 현행법상 어린이 놀이기구로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발과 보급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아동도 함께 탈 수 있는 그네가 도입되었지만, 놀이기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놀이터에서 쫓겨나 공터에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장애 아동의 ‘놀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