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정의

문화가 되어 버린 아동∙청소년 성혐오 표현 by YOUNiiCON
인권/평화 젠더/여성 교육

문제정의 메뉴

문제정의 본문

 

사회에 만연한 이성혐오(misogyny). 자체설문조사에서는 89.3%의 사람들이 성혐오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어, 행동, 물리적인 측면까지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혐오는 비단 우리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속되는 문제로 인한 사회적인 현상의 대물림은 언젠가 어른이 될 어린아이들의 인식 속에 크게 자리하게 되어 더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00up해봄! 문제정의 워크숍' 참가팀인 YOUNiiCON(유니콘)은 성혐오와 사회적 대물림 문제에 대해 문제정의했습니다.

Why

Background & Emotional
1.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저는 학부 시절, 학보사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우리 학보는 학보사 중 매우 드물게 ‘여성부’라는 부서와 지면이 있는 신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소수자, 여성 이슈에 항상 관심을 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자보 중에서는 여성학 동아리 홍보 포스터 정도가 학내 여성 이슈였습니다. 그 외 대부분은 유명 인사 인터뷰 혹은 사회 문제들을 분석하는 데서 이슈를 발굴했습니다. 학내에 ‘여성학’이라는 교양 강좌가 인기 강좌였던 만큼 학내에서도 조금 더 다양한 여성 이슈, 소수자 이슈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지요.

 

그렇게 3년 동안 학보사 생활을 하고 저는 3년이라는 시간을 더 학교에서 보냈습니다. 6년이 흐른 뒤 대자보를 봤을 땐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전과 달리 대자보에는 여성 이슈들이 극적으로 늘었습니다. 페미니즘, 탈코르셋 주장이나 비판, 버닝썬 사건 규탄에 대한 글이 대다수였습니다. 때론 남성에 대한 비판 글이 담기고 이에 누군가는 욕설이 가득 담긴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대자보가 붙여진 게시판이 아고라의 축소판이라고 봤을 때 그곳에 있는 시민들은 모두 이성에게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단 6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게 충격을 준 경험이 있었습니다. 5년간 교육 봉사를 통해 만나온 학생이 한 말이었습니다. “선생님, 한남충이 저보고 생리충이래요!” 뉴스에서나 들었던 바로 그 단어였습니다. 제가 쭉 지켜봐 온 학생의 입에서 그런 혐오 표현이 나오고, 또 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순간 당황하고 화가 나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단어들을 학생들이 실제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쩌다 성별로 인한 혐오가 아이들에게까지 전파 됐을까, 성 혐오는 언제부터 시작되는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이 현상, 이 발언들의 원인을 파헤치고 또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2. 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일까요?

1) 성별에 따라 사회를 나눌 수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Man is by nature a social animal).”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명제입니다. 여성, 남성, 간성 등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성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성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함께 공존해야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무엇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나와 다른 성을 혐오하며 배척하며 나만을 위한 사회를 구성할 수 없습니다. 나와 다른 성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2) 혐오 표현은 표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성별, 인종, 종교, 국가 등 피해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혐오 표현은 단순히 발화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듯 혐오 표현은 실제로 혐오를 실천하게 합니다. 현재 표면적인 ‘생리충’ ‘한남충’이라는 단어만 보이지만 이 표현들은 실제로 이성을 혐오하고 벌레처럼 취급하는 기조로 번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히지요. 유네스코에서는 혐오 표현을 ‘특정한 사회적, 인구학적 집단으로 구분 되는 대상에 대해서 위해를 가하도록 하는 선동(특히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옹호하는 표현’[1]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물리적인 폭력 사태를 선동할 수 있는 혐오 표현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합니다.

 

3) 이성 혐오는 사회구조적 문제입니다.

68.2%. ‘이성 혐오는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 성인 비율입니다.[2] 성별에 대한 혐오는 단순히 성격, 성향 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개인의 문제라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라고 말할 정당성이나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성 혐오는 성별 고정관념에서 비롯한 인습,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사회 구조에서 비롯한 문제로 인해 다수가 고통받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며, 또 해결할 수 있습니다.

 

 

 

[1] Gagliardone, I.,Gal, D.,Alves, T. & Martinez, G.(2015). ≪Countering online hate speech≫. Paris: UNESCO. p.10.

[2] 김다영, 박해리 기자, <남녀 서로 “생존에 해로운 존재” 갈수록 성양극화 심각>, 중앙일보, 2018.08.21.

Who & What

Fact & Data
1.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고 있나요?

 

우리는 먼저 성 혐오 표현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을 10대-30대 129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성별로 인한 혐오 표현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을 들었고 당시 심정은 어땠는지 심층적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교실 내 성 혐오 표현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특히 게임에서 더 적나라하고 심각한 성 혐오 표현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혐오 표현 관련 논문에서 지적했듯 피해자들은 자신의 활동 반경을 좁히거나 자존감이 낮아졌고,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3]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89.3% 성 혐오 표현 피해 경험

10명 중 9명이 성 혐오 표현을 들어본 적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자신을 향했든 타인을 향했든 대다수가 성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표현 방식은 생각보다 극심했습니다. 92.5%의 응답자가 ‘성 혐오 표현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어 수치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존재 자체를 걸고 넘어지니 대화가 통화지도 않을 것 같았어요. 성별로 인한 혐오 표현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서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닌가,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 10대 여성 A

 

실제로 게임 내에는 여성 클랜이 존재합니다. 클랜(Clan; 씨족, 혈족)은 게임을 함께 하는 동호회 성격의 모임입니다. 게임 내에서 반복적으로 성 혐오 표현 피해를 받은 여성들이 피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자신들만의 클랜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지요. 서두에 언급했듯 ‘자신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성기 모양부터 가학적 행위 묘사까지

“소음순 펄럭이면서 말하네” “니 애미 ** 넓다” “함 대주라, ** 몇 번 해봤냐?”

들어본 성 혐오 표현 예시를 살펴봤을 때 성기와 관련되어 있거나 부모님, 그 중 특히 어머니를 향한 욕이 대다수였습니다. 성기의 특징이나 성행위를 서술하기도, 성기에 행하는 가학적 행위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표현들은 대화나 상황의 맥락과 상관없이 단순히 자신과 다른 성별을 향해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발화됐습니다.

 

여자는 게임을 못한다는 기본적인 성차별에서 비롯해 여자가 어딜 딜러(게임 내 공격을 주도하는 역할)를 해’, ‘여자가 어딜 게임을 해’, ‘집에 가서 밥이나 해라’ 등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또 어디에 사는지 묻는 질문과,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얘기, 성희롱 발언도 많이 듣습니다. 수많은 혐오 표현을 듣지만 그 중에서도 성기와 관련된 표현이 정말 많습니다. 마이크를 켜고 게임하는 경우 목소리가 여성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보전*’라는 말이나 ‘보*찢’이라는 말을 3판에 2판 꼴로 듣는 것 같습니다.

- 20대 여성 B

 

한남’이라는 말부터 ‘느금마’ ‘니애미’와 같이 부모님을 욕하는 것을 들어봤습니다. 제가 화장을 했을 때 ‘무슨 남자 애가 화장을 하냐며 남자답지 않다고 야유를 받았습니다. 또 ‘남자는 당연히 성욕이 세다’ 등 일반화하는 표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적 있습니다.”

– 20대 남성 C

 

‘여성의 성기에 전구를 넣고 깨 버리기 전에’라는 말, ‘여성의 성기를 찢어버리겠다’라는 말 등 상상하기도 어려운 표현들을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성기와 관련된 욕을 하는 것 외에도 패드립(부모님 욕),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받는 피해도 있었습니다. 부모님 중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욕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 기저에는 양육자 중 여성에 대한 악감정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려는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 속에서 강요된 여성다움, 남성다움으로 인해 자신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행동이나 성격을 강요받는 것입니다. 자신다움을 내비치게 되면 야유를 받게 되는 현실 또한 피해 양상 중 하나였습니다.

 

 

문화가 되어버린 성 혐오 … 초등학생부터 시작

‘혐오 표현을 쓰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65.5%가 ‘또래 친구들이 사용해서’라고 답했습니다. 또 자신이 성 혐오 표현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약 40%는 ‘같이 욕하기’를 택했으며 오히려 신고보다 효과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신고를 통한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함께 혐오 발언을 했을 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이 그나마 해소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성 혐오 표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가 늘어나다 보니 성 혐오 표현은 ‘해도 되는 것’ ‘관계 유지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선비충’ ‘꼴페미’ ‘메갈’ 등으로 부르며 또 다른 혐오 표현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성 혐오 표현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합니다.

 

성 혐오 표현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물었습니다. 54.5%의 응답자가 ‘초등학생’이라고 답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보고 들으며 성 혐오 표현을 학습했고, 뜻을 정확히 모르면서도 또래 집단 속에서 관계 유지를 위해 사용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젠더에 대한 구분이 뚜렷해지는 시점은 1-3학년(만 6-8세)입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성과 그렇지 않은 성으로 젠더 집단을 구분하고 그 구분을 공고히 하는 시점인 것이지요. 이때 성 혐오 표현을 접하면서 자신과 다른 성을 혐오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듯했습니다.

 

[3] 홍성수 외(2016),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2. 이 문제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은 누구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1) 아동∙청소년

아동∙청소년은 성 혐오 표현의 직접적인 피해자입니다. 우리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 때부터 성 혐오 표현을 듣고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식적인 사회화 기관인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성 혐오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성, 젠더에 대한 가치관이나 의사소통 예절, 규칙 등이 미숙한 시기에 성 혐오 표현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단지 ‘친구, 아는 누나, 형들이 쓰니까’라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성 혐오 표현의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한창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다움을 찾아야 할 시기에 성별로 인한 편견이나 혐오를 맞닥뜨려 개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2) 양육자 및 교육자

양육자, 교육자는 아이들의 사회화 및 언어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아이들의 언어 생활을 관찰하고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퍼지는 성 혐오 표현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짐과 동시에 ‘젠더 감수성(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해도도 낮습니다. 최근에서야 기존의 양성 평등 교육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젠더 감수성을 아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젠더 감수성이란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적 차별 또는 유·불리함, 불균형 등을 인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행동(발언, 결정 등)의 근거가 성별로 인한 구분, 차별인 것을 인지하는 능력입니다. 젠더 감수성이라는 개념도 생소할 뿐더러 양육자나 교육자 자신들 스스로도 관련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기에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 시켜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3) 교육부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 교과부터 인성, 진로 교육 등 교육 전반을 통틀어 관할하는 곳이 교육부입니다. 교육부는 단순히 학업 능력을 높이는 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화 전반의 기조를 담당합니다. 학교 폭력 중 하나인 성 혐오 표현 방지는 물론이고 성이나 젠더에 대한 이해를 책임져야 하는 기관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라는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요. 교육부는 교육자를 위한 교육, 즉 연수나 양성 과정 중에 성, 젠더 및 다양성에 대한 소양을 키우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별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교육자들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4) 미디어

소셜 미디어부터 게임, 광고 등 온라인상에서 성 혐오 표현을 듣는 경우가 89%[4]로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차원의 제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팀이 진행한 인터뷰 중에도 “신고를 해봤자 별 효과도 없고 자음만 쓰거나 띄어쓰기를 통해 얼마든지 욕설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는 성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BJ들이나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고 있고, 광고에서도 ‘앙 기모띠’라는 성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미디어의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있지요.

 

[4] 이재훈 기자, <"여성·남성 혐오 표현, 심각하다"···성인 80.7%>, 뉴시스, 2018.07.31.

 

 

3. 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성 혐오 표현을 모른 척 넘기는 사람들

“뉴스에서 그런 단어 쓰는 거 들어는 봤는데, 우리 애는 안 그래요”

“아이들이 놀면서 쓰는 건데 머리가 커지면 또 안 쓰잖아요.”

 

우리는 양육자와 초등학교 교사를 만나 인터뷰해봤습니다. 아이들의 언어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없는 양육자들은 대부분 ‘내 아이는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성 혐오 표현은 비단 욕설이 아니라 성별로 인해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도 포함됩니다. 누구나 쉽게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성 혐오 표현을 쓰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어떻게 제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혐오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호간 이해, 의사소통 예절, 규칙 등을 강조하고 가르쳐야 하지만 사후 대응에만 초점을 두고, 그마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 놓고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성 혐오 표현을 들었을 땐 화가 나기보다 무섭기도 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익숙해지니까 장난이 좀 과하네,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성별로 인해 혐오를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도 했습니다. ‘한두 명이 그러는 게 아니니까’ 굳이 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직접 피해를 당하면서도 어른들에게 해결책을 요구할 수 없다고 믿고, 오히려 함께 가해를 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성 혐오가 또래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지요.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

상대에 대한 언어 표현, 즉 의사소통 중에서도 성 혐오 표현을 하는 이유는 ‘젠더 감수성(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혐오 표현의 뜻을 모르는 것도, 뜻을 알고 사용하는 것도 모두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지요. 성 혐오 표현 자체에 문제를 느끼는 것, 성 혐오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 모두 젠더 감수성이 필요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를 지난 2018년 4월, 대법원이 판결문에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젠더 감수성을 단어를 확립하여 인지한 지 불과 1년밖에 안 된 것이지요. 현대에는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됐지만 이전에는 ‘불편함’ ‘예민함’ 등으로 뭉뚱그려졌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젠더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나 도구 등이 개발되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교육부부터 교육자, 양육자들에게 생소한 개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기에 성 혐오 표현이 왜 문제인지, 왜 고쳐야 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4.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 사례는 무엇이 있고,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요?

성 혐오 표현을 방지하는 젠더 감수성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습니다. ‘성’과 관련돼 있는 만큼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성교육이었습니다. 성기와 관련된 욕설이나 월경 등 2차 성징의 변화, 혹은 성관계를 묘사한 표현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을 겁니다. 몸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이 확립된다면 타인의 성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욕설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성교육은?

우리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 교사와 성교육 전문 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성교육을 15시간 하도록 돼 있지만 학교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규 수업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는 다소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국어나 영어에 관련 지문이 나왔을 때 함께 교육하거나, 과학, 가정 등 교과와 통합하여 교육한다고 합니다.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소속으로 20년간 활동 중인 성교육 강사님은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학교들이 많아졌다”며 “성교육에 대해서는 40% 정도 인식이 개선됐지만 젠더는 처참하다”고 말했습니다. “ 젠더’라고 하면 트랜스젠더를 떠올리고 교육안에서 ‘젠더’를 모두 빼 달라는 학교도 있습니다”라며 “아이들은 보고 들으며 자라고 있는데 어른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교육부에서 2015년에 만든 성교육 표준안은 앞서 언급했듯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내용들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초등 8차시 지도서에는 배우자 선택 요건으로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서술하거나 성폭력을 예방 방법으로 “성과 단둘이 있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라거나 “만원 지하철에서 가방 끈을 길게 뒤로 맨다” 등을 예로 들어 피해자가 노력하고 예방해야 된다는 듯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젠더 감수성을 되려 떨어뜨리는 내용들로 인해 제대로 성교육을 하려는 교사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UNESCO가 세운 성교육의 표준

유네스코에서는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권고합니다. 해부학적인 성(sex)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성(gender), 관계(relationship)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이라는 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사회적인 부분까지 함께 성교육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 젠더 감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 스웨덴

스웨덴은 성교육을 의무화한 최초의 유럽 국가입니다. 양육자가 아이들을 성교육 수업에서 제외시킬 수 없게 하고 있으며,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성교육에 대한 최소 달성 기준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성교육은 인종차별주의, 술, 담배, 양성평등과 같은 주제와 병행하도록 되어 있고 학교장은 성교육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교사들은 그들의 전문 과목과 상관없이 그들의 강의에 성교육을 통합시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민단체도 성교육을 제공하며 성적 소수자의 권리 등에 대해 알리는 등 성교육의 선두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5]

 

2) 덴마크

덴마크는 성교육표준안 관련 법령이 교육부 규정에 마련되어 있는 나라이며, 1970년 성교육이 의무화되었습니다. 그 내용 또한 생물학적 성 지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변화와 같은 관계 교육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6]

 

 

3) 핀란드

1~6학년에는 기본적인 해부학, 정서에 초첨을 맞추고, 7~9학년때는 임신, 성관계 첫 성경험, 피임, 성매개 감염병, 연애 등을 다룹니다. 해부학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9학년에서는 성 기관, 사정, 자위, 낙태, 감정, 성윤리,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해서도 강조하며 역시나 넓은 의미에서의 성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7]

 

4)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성교육 용어인 ‘성적 형성’은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기술, 태도를 포함하며 신체적, 정서적 발달, 생식, 관계, 성적 행동, 성과 관련된 정신적 문제 등을 다루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 생물 등 관련 교과에서도 성교육을 다루고 있습니다.[8]

 

해외에서는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또 자신의 성별로 인해 차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괄적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을 의무화하여 실효성 있게 진행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성교육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싶습니다. 성을 일상의 한 측면으로 바라보며 의사소통, 감정 표현 등까지 포함하여 가르침으로써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성별로 인한 구분이 아니라 자신다움을 표현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포괄적 성교육의 한 부분이며 젠더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 김지학, ‘해외 성교육 사례와 학교 성교육의 발전 방향’, 한국보건교육학회 하계학술대회, 2018, p.59

[6] Ibid, p.57

[7] Ibid, p.58

[8] Ibid, p.59

5. 전 과정을 통해 정의한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요?

성 혐오 표현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대상자)

성 혐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젠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최종목표)

자신과 이성의 몸과 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정의한 문제)

How

Idea & Impact
1.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이 문제 해결의 기저에는 젠더 감수성이 있습니다. 언어 표현부터 실제로 행하는 폭력, 머릿속에 자리잡은 혐오 가치관은 우리 사회 속 성별 고정관념에서 기인합니다. 여자/남자라는 구분 짓기를 바탕으로 타인을 자신보다 약할 것, 하등할 것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이성을 혐오함으로써 자신이 속해 있는 젠더 그룹을 공고히 하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성별로 구분 짓는 것을 멈추고 각 개인의 특성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젠더 감수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감수성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임으로써 다양성이 발현되는 사회. 각자가 갖고 있는 개성, 그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사회가 정의한 여성성이나 남성성으로 인해 묻히지 않는 사회. 무엇보다 각 특성으로 만들어진 모든 ‘나’들이 있는 그대로 나로서 존재하는 사회. 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젠더 감수성이 모두가 가져야 할 하나의 덕목으로서 필수 교육에 자리 잡기를 바라봅니다.

2.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재 구상중이거나, 실천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요?

현재 유니콘은 초등학생을 위한 놀이형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집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니콘 선생님이 직접 집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양육자/교육자가 직접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세미나 및 교수법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 ‘젠더’를 딱딱하게 강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여길 수 있도록 놀이, 게임, 토론 등을 접목시켰답니다.

 

 

유니콘은 성교육을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UNESCO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포괄적 성교육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젠더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주하는 사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학령기에 맞춰 제시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젠더 감수성, 신체 인지력 등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UNESCO나 네덜란드, 핀란드를 직접 방문해 각국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만나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니콘과 만나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성교육을 제공하고자 계속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니콘은 앞으로 선생님이 학생을 직접 교육하는 형식을 넘어설 것입니다. 유니콘 선생님이 없어도, 장소나 시간 제약 없이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성, 젠더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와 미디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성,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고 당연한 것임을. 그리고 우리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도록 유니콘은 계속해서 한 발 더 나아갈 것입니다.

3. 문제정의 과정에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였나요?

성은 정말 복잡한 문제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고 또 파다보면 결국 ‘성에 대해 금기시 하는 사회 문화’ ‘가부장적 사회 문화’에 천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식이나 문화에 대한 부분은 나라님도 바꾸기 어려우니 도대체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참으로 마음이 혼란스럽고 무거웠습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이해 관계자 역시 정말 많았습니다. 성과 하나도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웬만한 사람들이 다 엮여 있는 듯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이해관계자라 할 만한 사람들은 있지만, 이 역시 파고들어가면 보다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복잡한 만큼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어보자!”라고 합의했습니다. 다양한 솔루션을 각 대상이 필요로 하는 형태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하나씩 찬찬히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사회에 커다란 임팩트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려 애쓰기보다 복잡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다양한 젠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자 하는 우리 팀의 소셜 미션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니콘이 정의하려는 문제에 대해 각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서 시작한 100up 해봄! 문제 정의 워크숍을 통해 유니콘은 우리 팀의 비전과 미션을 더욱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가 정의한 문제가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또 공감을 얻어 젠더 감수성이 대한민국 사회의 ‘필수템’으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4.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위해 추천할 자료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책>

1.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 /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 저

2. <학교에 페미니즘을> / 초등성평등연구회 저

3.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저

 

<영상>

1. “아들은 파란색?” 아이를 둘러싼 성 고정관념, 유년기의 맨박스 / 씨리얼

2. 올 어바웃 일상 속 ‘미소지니’ / 씨리얼

팀 소개

YOUNiiCON
유니콘은 성별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몸과 성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게 하는 새로운 성교육을 제시합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연령에 적확한 몸•젠더 지식을 놀이와 토론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누구든 쉽고 재미있게 젠더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팀 커리어
KT&G 상상스타트업캠프 3기 1등, 인기상 수상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9기 선발
이 문제정의에 공감한다면 UP을 눌러주세요.

댓글

2Comments
작성자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0 / 500

관련 콘텐츠